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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워도우를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 중 하나가 도대체 발효가 어디까지 된 건지 판단하는 것이었어요.

반죽을 보고 있으면 부풀기는 부푼 것 같은데 이게 충분한 건지,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 건지 애매하죠. 특히 냉장발효까지 들어가면 굽기 전 반죽만 보고 정확하게 판단하기가 더 어려워요.

저도 처음에는 발효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에 맞춰 빵을 만들려고 했는데, 같은 레시피라도 실내 온도나 르방 상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완성된 빵의 단면, 즉 크럼을 보고 거꾸로 발효 상태를 판단하는 방법도 중요하게 보고 있어요.

물론 크럼만 보고 발효 상태를 100% 확정할 수는 없지만, 내가 만든 빵이 왜 이렇게 나왔는지 원인을 추적하는 데는 꽤 유용합니다.

 

전체적으로 균일한 기공

 

크럼이 발효 상태를 보여주는 이유

사워도우 반죽이 발효되는 동안 르방의 미생물이 만들어낸 가스가 반죽 안에 차곡차곡 쌓여요.

이 가스를 글루텐이 잡아주면서 반죽이 부풀고, 오븐에 들어가면서 남아 있던 팽창력이 더해져 최종적인 크럼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완성된 빵을 잘라보면 발효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에 대한 흔적이 남아 있어요.

물론 기공은 발효만으로 결정되는 건 아니에요.

밀가루 종류, 수분량, 믹싱과 폴딩, 성형 방법, 냉장발효 시간, 오븐스프링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영향을 줍니다.

특히 제가 통밀 비율을 높여서 빵을 만들면서 느낀 것처럼, 통밀 50% 사워도우와 강력분 위주의 사워도우를 똑같은 크럼 기준으로 비교하면 안 되는 경우도 있어요.

통밀 반죽은 기본적으로 강력분 반죽보다 조금 더 흐물흐물하게 느껴졌고, 완성된 빵의 볼륨도 조금 아쉬웠거든요.

그래서 크럼은 단독으로 판단하기보다 반죽을 만들 때의 과정과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공이 너무 크고 위쪽에 몰려 있다면?

사워도우를 잘랐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큰 구멍이에요.

특히 빵 윗부분에는 큰 기공이 몰려 있는데 아래쪽은 상대적으로 촘촘하다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어요.

대표적으로 성형 과정에서 큰 가스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거나, 발효 과정에서 가스가 고르게 분산되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사워도우의 대공동 때문에 고민했던 것도 바로 이런 부분이었어요.

겉으로는 빵이 잘 부풀어 있는 것 같은데 잘라보면 특정 부분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 있고, 아래쪽은 상대적으로 조밀한 모습이었죠.

이럴 때 단순히 "발효가 잘됐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큰 기공이 있다는 것과 발효가 잘됐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거든요.

성형할 때 접는 과정에서 특정 부분에 큰 가스가 갇혔거나, 최종발효 과정에서 가스가 한쪽에 집중됐을 수도 있어요.

 

불규칙한 기공으로 위쪽으로 몰려있음

전체적으로 촘촘하고 볼륨이 부족하다면?

반대로 빵 전체의 기공이 작고 촘촘하면서 부피도 충분히 나오지 않았다면 발효가 부족했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어요.

하지만 이것 역시 크럼만 보고 바로 언더발효라고 단정하면 안 됩니다.

반죽 자체의 힘이 부족했거나, 글루텐 형성이 충분하지 않았거나, 성형 과정에서 가스를 너무 많이 빼버렸을 수도 있으니까요.

특히 통밀이 많이 들어간 빵은 원래 강력분 위주의 사워도우보다 크럼이 조금 더 조밀할 수 있어요.

제가 통밀 50% 멀티시드 사워도우를 만들었을 때도 반죽 자체가 강력분 반죽보다 흐물흐물한 느낌이 있었고, 구운 뒤 볼륨도 조금 아쉬웠어요.

그래서 이런 빵을 보고 무조건 "발효가 부족했다"고 판단하기보다는 통밀 비율과 수분량, 반죽의 힘까지 같이 생각해야 합니다.

 

통밀 50% 사워도우_볼륨은 아쉬웠지만 크럼은 균일한 기공을 보여줌

 

기공이 작고 빵이 납작하다면?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헷갈렸던 부분이 이거였어요.

빵이 넙적하게 나오면 처음에는 "발효가 부족했나?" 혹은 "성형을 잘못했나?"라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성형 후 반죽이 옆으로 퍼지는 것과 발효 상태는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발효가 너무 많이 진행된 반죽은 내부에 가스가 충분히 있어 보여도 반죽이 그것을 잡아둘 힘을 잃을 수 있어요.

그러면 반느통에서 꺼냈을 때부터 반죽이 축 처지거나 옆으로 퍼지고, 오븐에 넣어도 위로 힘 있게 솟아오르지 못합니다.

이런 경우 완성된 빵은 전체적으로 볼륨이 낮고 크럼도 힘없이 퍼진 느낌이 날 수 있어요.

예전에 사워도우 오버발효와 언더발효를 어떻게 구별하는지 고민했던 것도 그래서였어요. 단순히 "얼마나 부풀었느냐"만 보는 것보다 완성된 빵의 모양과 크럼까지 함께 봐야 판단이 훨씬 쉬워집니다.

 

조밀한 크럼_발효가 부족한 것으로 보임

 

오버발효와 언더발효, 크럼만 보고 구별할 수 있을까?



 

크럼을 볼 때는 한 가지 특징만 보는 것보다 전체적인 모양을 함께 보는 게 좋아요.

대체로 언더발효라면 기공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해 내부가 조밀하고, 오븐에서 갑자기 크게 터지듯 부풀면서 불규칙한 모습이 나타날 수 있어요.

반대로 오버발효가 진행되면 반죽이 가지고 있던 힘이 떨어지면서 빵의 전체적인 볼륨이 낮고, 크럼이 퍼져 있거나 힘없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크럼 하나만 가지고 발효 시간을 역산하지 않는 것이에요.

같은 크럼이라도 밀가루 종류나 수분량에 따라 모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는 완성된 빵을 자른 뒤 다음 네 가지를 같이 기록해두는 걸 추천해요.

 

① 빵의 전체적인 높이
② 기공의 크기와 위치
③ 크럼의 탄력과 촉촉함
④ 굽기 전 반죽의 상태

 

이렇게 기록해두면 다음번에 발효 시간을 조절할 때 훨씬 도움이 됩니다.

실패한 크럼이 오히려 다음 빵을 잘 만들게 해줘요

사워도우는 만들 때마다 결과가 조금씩 달라서 처음에는 그게 참 답답했어요.

"분명 같은 레시피인데 왜 오늘은 다르지?"

그런데 계속 만들어보니 완성된 빵의 단면이 일종의 결과 보고서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이번 빵은 왜 납작했는지, 왜 특정 부분에 구멍이 생겼는지, 왜 크럼이 촘촘했는지를 다시 생각해보면 다음번 공정에서 바꿔볼 부분이 생겨요.

특히 사워도우는 발효 시간을 무조건 몇 시간으로 정해놓기보다 반죽의 상태를 보면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점점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 판단을 도와주는 가장 좋은 자료 중 하나가 바로 내가 만든 빵의 크럼이에요.

그러니 다음에 사워도우가 기대와 다르게 나왔다면 예쁘게 잘라 먹기 전에 단면 사진부터 한 장 남겨보세요.

큰 구멍이 어디에 있는지, 전체적인 기공은 어떤지, 빵이 위로 솟았는지 옆으로 퍼졌는지를 기록해두면 다음번 사워도우를 만들 때 꽤 좋은 힌트가 됩니다.

저 역시 지금까지 만들어본 빵들을 돌아보면 잘 나온 빵보다 실패한 빵의 단면에서 배운 게 더 많았던 것 같아요.

특히 앞으로 통밀 비율을 높이거나 수분량을 바꿔볼 때는 이전 빵의 크럼을 비교해보면서 공정을 조금씩 조절해보려고 해요. 경험상 언더발효보다는 오버발효 쪽으로 가보아도 의외로 빵맛에는 큰 차이를 못 느끼기도 했어요. 언더발효로 크럼이 매우 조밀한 경우 오븐에서 굽고 나와도 떡진것 같은 느낌이라면 오버발효는 약간 질깃하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먹기에는 큰 지장이 없었어요. 

사워도우는 한 번에 완벽하게 만드는 것보다, 내가 만든 빵을 보고 다음 반죽에 반영하면서 조금씩 감을 잡아가는 과정이 꽤 재미있는 빵이니까요. 마치 집밥이 어느 때는 조금 질게 되고 어느 때는 조금 되게 밥이 지어져도 버리지 않고(?) 맛있게 먹는 것처럼 말이에요. 😉

 

도니다니맘의 최애_크랜베리 호두 깜빠뉴

 

앞으로도 도니다니맘의 우당탕탕 홈베이킹은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