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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워도우 칼집이 안 벌어지는 이유|오븐스프링과 스코어링 각도 제대로 보기
빵 구울때 마음으로는 그동안 나온 설거지도 하고 주변도 정리하면서 빵이 구워지길 기다리고 싶지만 실상은 오븐앞을 벗어나지 못하는 저인데요 ㅎㅎ 오븐안에서 부풀어오르는 반죽을 보고 있으면 이쁘고 신기하고 그래요.
하지만 분명 굽기 직전에 예쁘게 칼집을 냈는데, 막상 구워지고 나면 칼집이 거의 벌어지지 않았거나 엉뚱한 곳이 터져 있는 경우가 있죠.
저도 사워도우를 만들면서 오븐스프링이 생각보다 확 일어나지 않고 칼집도 잘 벌어지지 않았던 때도 많았어요. 당시에는 단순히 칼집을 더 깊게 내야 하는 건가 싶었는데, 공정을 다시 생각해보니 칼집 하나의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사워도우의 칼집이 잘 벌어지려면 반죽이 오븐에 들어갔을 때 아직 충분히 팽창할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 힘이 칼집을 따라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스코어링도 해줘야 해요.
결국 발효 상태 + 반죽의 힘 + 칼집의 깊이와 각도 + 오븐의 열이 같이 맞아야 하는 문제였어요.

칼집을 냈는데 왜 안 벌어질까?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건 오븐스프링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예요.
칼집은 반죽을 억지로 벌어지게 만드는 장치라기보다, 오븐 안에서 반죽이 팽창할 때 어디로 터질지를 미리 정해주는 길에 가까워요.
반죽에 충분한 팽창력이 있다면 오븐에 들어간 뒤 내부의 가스와 수분이 열을 받으면서 부피가 커지고, 그 힘이 가장 약한 부분인 칼집을 따라 움직이게 됩니다.
그런데 반죽 자체가 이미 힘을 많이 잃은 상태라면 칼집을 아무리 예쁘게 내도 크게 벌어지지 않을 수 있어요.
이 때문에 칼집이 안 벌어졌다고 해서 무조건 칼 문제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초반에 쿠프가 이쁘게 안열려 칼 여러개 산 1인 😂)
특히 오버발효된 반죽은 오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꽤 부풀어 있어 보여도 막상 구웠을 때 추가로 솟아오를 힘이 부족할 수 있어요.
반대로 발효가 너무 덜 된 경우에는 반죽이 충분히 팽창하지 못하거나 내부 구조가 아직 안정되지 않아 원하는 모양으로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고요.
결국 스코어링을 잘하려면 먼저 오븐에 들어가는 반죽의 상태가 좋아야 한다는 게 핵심이에요.

칼집의 깊이보다 중요한 건 '각도'
사워도우 칼집을 낼 때 흔히 "몇 cm 깊이로 잘라야 하나요?"를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는데요.
깊이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쿠프를 원하는 방향으로 열리게 하려면 칼을 어떤 각도로 넣느냐도 상당히 중요해요.
칼을 반죽 표면에 거의 수직으로 세워서 자르면 칼집이 반죽 안쪽으로 깊게 들어가는 형태가 됩니다.
반면 칼을 조금 눕혀서 표면을 길게 긁듯이 스코어링하면 얇은 반죽층이 한쪽으로 남게 되는데, 오븐스프링이 일어날 때 이 부분이 위로 들리면서 특유의 '귀' 모양을 만들 수 있어요.
그래서 바게트나 사워도우의 클래식한 쿠프를 만들 때는 단순히 깊게 한 줄 긋는 것보다 칼을 적당히 기울여 표면을 길게 베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반죽의 수분량이나 발효 정도에 따라 적당한 각도와 깊이는 달라질 수 있어요.
처음부터 완벽한 각도를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같은 반죽으로 스코어링 각도를 조금씩 바꿔보면 차이를 확인하기 좋습니다.



사진에서도 보이는 것처럼 위의 빵은 칼을 비스듬히 눕혀 쿠프를 내어
토끼 귀처럼 얇은 반죽이 쫑긋 세워졌어요.
아래의 빵은 가운데에 칼을 세워 쿠프를 내니
양옆으로 잘 벌이지긴 했지만 토끼 귀는 잘 보이지 않아요.
칼집을 너무 얕게 내도 문제일까?
네. 너무 얕은 칼집도 원하는 만큼 벌어지지 않을 수 있어요.
오븐에 들어간 반죽은 내부 압력이 올라가면서 팽창하는데, 칼집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면 반죽이 다른 약한 부분을 찾아 터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빵은 칼집은 그대로인데 옆면이나 윗부분에 갑자기 터진 자국이 생기기도 해요.
이런 경우에는 "오븐스프링이 없었다"고 생각하기보다 오븐스프링은 있었는데 내가 만들어준 길이 충분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어요. 특히 쿠프의 시작부분과 끝부분 (빵의 양끝)은 힘이 덜들어가 충분히 깊게 칼집이 내지지 않더라고요. 전 한번 쿠프를 그은 후 시작과 끝부분은 한번씩 더 정리해주는 느낌으로 길을 내어줘요.
반대로 너무 깊게 자르면 반죽이 힘을 유지하지 못하고 주저앉거나, 원하는 모양의 쿠프가 만들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무조건 깊게 자르는 것이 아니라 반죽의 상태에 맞는 깊이로, 원하는 방향으로 스코어링하는 것이에요.
그런데 칼집보다 발효가 더 중요할 때가 있어요
제가 사워도우를 만들면서 여러 번 느낀 것도 이 부분이에요.
완성된 빵의 모양을 보면 칼집이 안 벌어진 것만 눈에 들어오지만, 그 원인을 거꾸로 따라가 보면 발효 문제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최종발효가 너무 진행되면 반죽이 충분히 부풀어 있는 것처럼 보여도 오븐에서 더 이상 크게 솟아오를 여력이 부족할 수 있어요.
반대로 발효가 부족하면 내부 구조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아 오븐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팽창하지 못할 수 있고요.
그래서 저는 칼집이 잘 안 벌어졌을 때 다음번에는 칼부터 바꾸기보다는 발효 상태부터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굽기 직전 반죽이 얼마나 탄력 있는지,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어떻게 돌아오는지, 성형 후 반죽이 지나치게 퍼지지는 않았는지 등을 함께 보는 거예요.
앞서 통밀 50% 사워도우를 만들면서도 느꼈지만, 통밀 비율이 높아지면 반죽 자체가 조금 더 부드럽고 흐물흐물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강력분 위주의 사워도우와 똑같은 기준으로 발효와 볼륨을 판단하기도 어려워요.

칼집이 안 벌어졌을 때 다시 볼 순서
사워도우 칼집이 잘 벌어지지 않았다면 저는 다음 순서로 확인할 것 같아요.
1. 발효가 적당했는지
- 오버발효나 언더발효가 아니었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2. 반죽에 힘이 있었는지
- 믹싱과 폴딩 후 반죽이 충분한 탄력을 가지고 있었는지 봅니다.
3. 성형할 때 표면 장력이 만들어졌는지
- 성형 후 반죽이 바로 퍼졌다면 오븐스프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요.
4. 칼집의 깊이가 적당했는지
- 너무 얕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깊지 않았는지 확인합니다.
5. 칼의 각도가 적절했는지
- 원하는 '귀' 모양을 만들고 싶다면 칼을 세우기보다 어느 정도 눕혀서 반죽의 포를 뜨는 느낌으로 스코어링해봅니다.
6. 오븐의 예열과 열이 충분했는지
- 반죽이 오븐에 들어간 초반에 강한 열을 받아야 빠르게 팽창할 수 있기 때문에 예열 상태와 스팀 환경도 함께 봐야 합니다.
예전에 프레첼을 구웠을 때도 기대했던 것만큼 오븐스프링이 확 일어나지 않고 칼집이 잘 벌어지지 않아 원인을 찾아본 적이 있었어요. 그때처럼 결과만 보고 "칼집이 문제였나?"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반죽 상태와 발효, 굽기 환경까지 거꾸로 추적해보는 게 훨씬 도움이 됩니다.
결국 사워도우의 칼집은 빵을 예쁘게 꾸미는 마지막 과정이 아니라, 오븐 안에서 반죽이 팽창할 방향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공정이에요.
칼집이 안 벌어진다고 무조건 더 깊게 자르거나 칼을 탓하기보다는, 다음번에는 굽기 직전 반죽 상태부터 한번 살펴보세요.
"칼집을 어떻게 냈는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이 반죽이 지금 오븐에서 솟아오를 힘을 가지고 있는가"를 보는 게 더 중요할 때가 많으니까요.
그리고 실패한 빵은 버리기 전에 사진을 꼭 남겨두는 것도 추천해요.
저도 사워도우를 계속 만들다 보니 잘 나온 빵보다 오히려 실패한 빵 사진이 다음번 공정을 수정하는 데 더 많은 도움이 되더라고요.

앞으로도 도니다니맘의 우당탕탕 홈베이킹은 계속됩니다 :)
